스마트폰의 대중화는 일상생활에 편리함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시에 스마트폰 과의존이라는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픽사베이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이제 스마트폰은 우리 생활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가 됐다. 스마트폰은 이제 통화, 메시지, SNS(사회연결망 서비스) 등 소통수단의 역할뿐만 아니라 게임이나 동영상,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 같은 미디어 콘텐츠 플랫폼의 중심으로 자리 잡았다.

스마트폰의 역할이 증가함에 따라 이용자들이 스마트폰에 ‘과의존’하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이용자가 스마트폰을 과도하게 사용해 신체·심리·사회적 문제를 겪는 상태를 말한다. 특히 이 같은 현상은 유아동·청소년에서 위험하게 작용하고 있어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 증가하는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유아동·청소년 비중 가장 높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 20일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유아동·청소년 등 저연령층이 가장 높았다. 전체 위험군 비율은 20.0%로, 전년 대비 0.9%p 증가했다. 

지난해 기준 위험군에 속한 만 3세~9세의 유아동 이용자는 22.9%, 만 10세~19세의 청소년 이용자는 30.2%다. 성인(만 20세~59세) 18.8%, 60대 이상 고연령층 14.9%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치다. 

특히 유아동의 위험군은 전년 20.7% 대비 2.2%p 증가해 전연령대에서 가장 큰 증가폭을 보였다. 지난 2018년 다소 주춤했던 청소년 이용자의 비율도 지난해 증가 추세로 전환됐다. 성인과 60대 이상 고연령층도 매년 증가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 20일 발표한 ‘2019년 스마트폰 과의존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스마트폰 과의존 위험군 비율은 유아동·청소년 등 저연령층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또한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이거나 맞벌이 가정인 유아동·청소년이 상대적으로 스마트폰 과의존에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모가 과의존 위험군에 속할 경우 유아동의 36.9%, 청소년  67.5%가 위험군으로 집계됐다. 일반군에 속하는 부모를 둔 유아동과 청소년이 각각 26.3%, 32.4%로 집계된 것에 비해 월등히 높은 수치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예방부 김래원 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녀들은 부모의 행동, 습관 등을 모델링해서 따라하는 경우가 많다”며 “중독 수준으로 무절제하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부모의 행동을 아이들이 따라할 경우 스마트폰 과의존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부모가 스마트폰에 몰두하게 되면 자녀와의 관계 단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부모에게 마음의 어려움, 환경적 어려움 등에 대해 도움받지 못하는 자녀는 스마트폰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해지게 된다”고 덧붙였다.

◇ “스마트폰 과의존, 뇌기능 저하·안구손상 등 문제 유발 가능”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과의존은 뇌기능 장애을 일으킬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뇌가 발달하는 시기인 유아동·청소년들에게 더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홍보위원회가 주관한 ‘아동과 청소년들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의 의견 조사’에서 “성장 과정 중에 있는 아동과 청소년들이 스마트폰 중독으로 인해 뇌기능이 손상될 경우 후유증은 성인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며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아동과 청소년의 스마트폰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스마트폰에 중독될 시 뇌의 일부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지난 2017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연구팀이 진행한 실험에서 스마트폰에 중독된 사람의 뇌기능 활성화 정도를 자기공명영상(MRI)로 관찰한 결과 정상 이용자에 비해 갈등 탐지와 조절에 관련된 뇌 부위의 활성이 약한 것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인지능력 저하는 청소년 사회성 발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스마트폰 과의존은 눈 건강 악화도 일으킬 수 있다. 스마트폰에서 많이 발생하는 ‘청색광’ 때문이다. 파장이 380~430nm대인 청색광의 경우 눈의 수정체에 흡수되지 않고 망막으로 도달한다. 이렇게 망막으로 도달한 청색광은 망막과 기관세포 내 단백질, 지질 등과 반응해 조직에 손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제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는 쥐의 망막세포에 청색광을 쏘는 실험에서 청색광을 접한 망막세포의 80%가 죽어버렸다고 밝혔다.

아울러 스마트폰 과의존은 수면의 질을 떨어뜨려 불면증, 불안증상을 일으키며 이는 유아동·청소년들의 경우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단순히 스마트폰을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스마트폰 과의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래픽=김상석 기자

◇ 관계기관 대책 마련… 중요한 것은 “규칙과 환경”

스마트폰 과의존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 관계 기관들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과기정통부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스마트폰 과의존 예방·해소를 위해 운영되고 있는 ‘스마트쉼센터’를 통한 예방교육과 전문상담, 민·관 협력 사업을 강화해 나갈 예정이다. 특히 과의존 위험군 비율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유아동에 대해 스마트폰을 바르게 사용하는 습관을 조기에 형성하도록 체험형 예방교육을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에서는 청소년 인터넷·스마트폰 과의존에 대한 개인 및 집단 상담과 더불어 치유캠프, 상설 치유프로그램, 치료비 지원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과기정통부 박윤규 정보통신정책관은 “스마트폰 등 각종 디지털 기기에 노출되는 빈도가 점점 커지고 있는 디지털 시대에는 우리 스스로 디지털 기기에 과하게 의존하지 않는지 성찰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개개인이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으면서 유익하게 스마트폰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방점을 두고 생애주기별 맞춤형 예방교육, 과의존 예방 콘텐츠 개발, 민·관 협력 인식 제고 활동 등 다각도로 정책을 추진하겠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단순히 자녀들에게 스마트폰을 금지시키는 것은 해결 방안이 될 수 없다고 강조한다. 스마트폰 이용시간 계획 규칙을 세우고 자녀가 스마트폰 과의존에 빠지지 않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 미디어중독예방부 김래원 부장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자녀가 단순히 스마트폰을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해답이 아니다”며 “스마트폰 사용 규칙 마련과 스마트폰 외에 여러 방향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할 다양한 방법들을 접할 수 있는 환경울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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